1. CNG버스 안전성 개선 제안 |
글 : 버스라이프 연구원 박일민
등록일 : 2011/02/07 구독자 : 1,980명 / 페이지뷰:2,170회 |
CNG버스안전에 관한 제언
작년 8월 행당동에서 서울시내버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차량은 CNG *0)차량이었고 사고의 원인은 연료저장용기의 결함 및 관리소홀로 밝혀졌습니다. 사고로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인근 상가와 차량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에도 CNG차량의 폭발사고는 수차례 일어났지만 이번 사건이 더 큰 이슈가 된 것은 처음으로 운행 중에 일어난 사고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전 사건들은 충전소에서 가스충전 도중 등 공차상태에서 폭발이 일어났지만 이번은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모든 승객이 좌석에 앉아있어 큰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한 명이라도 서있었다면 사망자가 나왔을 지도 모를 사고였습니다.

아수라장인 사고 현장. (사진 - 네이버블로그 yeon721)
현재 2-step*1)형태 차량들의 실내바닥은 나무로 돼 있습니다. 약 1.5cm정도의 나무합판이죠. 뜬금없이 연료용기폭발 얘기를 하다가 왜 바닥 재질 얘기를 하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습니다만 이번 사고 때 가장 심하게 다친 이 모 씨(27․여)의 발목골절도 이런 바닥재질이 큰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한번쯤은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현재 국내 대도시 시내 및 광역버스의 대부분은 사고차량과 동일한 2-step CNG버스입니다. 2-step차량은 기존 버스의 화물상 즉 승객탑승공간 아래에 설치됩니다. 하지만 화물상과 승객탑승공간은 나무합판(plywood)과 고무매트 또는 타라매트 등의 마감재로만 분리됩니다. 하지만 마감재는 자체적으로 강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니 연료용기가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승객을 지켜주는 것은 나무합판인 것입니다. 연료용기가 지붕 위에 있어 승객탑승공간과 철판으로 분리되는 저상버스와 비교해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폭발 압력으로 탑승면이 깨져나간 모습입니다. 바닥 아래쪽에 조금이라도 구조물이 있을 경우 온전히 유지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바닥에 깔려지는 나무합판의 두께는 15㎜ 또는 그 이상의 두께를 갖습니다. 이 정도 두께라면 어지간한 힘으로는 부수려고 해봤자 부술 수도 없을 정도로 단단합니다. 하지만 재질특성상 유연성이 부족하여 버틸 수 있는 이상의 강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부러지기 쉽고 부러지는 과정에서 파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파편이 날아다닌다면 치명적인 흉기가 될 것 입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 씨의 발목을 골절시킨 직접적 요인은 연료용기의 폭발력이 아닌 폭발로 인해 부서진 차량 바닥의 합판 조각이었습니다.
또 오래된 차량일수록 유지관리상의 문제로 합판의 강도가 약해지고 일부가 손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시내버스로 운행되고 있는 차량 중에는 바닥이 함몰되거나 모서리부분이나 연결부분이 깨져 구멍이 나서 길바닥이나 돌아가는 타이어가 훤히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의 경우도 차량 바닥의 재질로 나무를 사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형차량들, 그 중에서도 CNG차량들의 경우 모두 Low-floor*2 또는 Low-entry*2) 형태의 차량이며 연료용기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공기보다 가벼운 CNG의 특성을 반영한 설계인 것이지요.(실제론 저상버스에 CNG연료용기 둘 곳을 찾다가 천정에 올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됐지요.)

대우 BS110CN. 저상버스는 CNG용기가 지붕 위에 설치됩니다.

중국 상해시 시내버스로 사용되는 SWB6115Q-3.
역시 CNG용기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전에 국토해양부에서 CNG용기를 지붕으로 올려야한다는 연구결과를 갖고 정책입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2-step차종의 지붕에 연료용기를 올리게 되면 차량전고가 높아지고 무게중심이 올라가 차량전복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 정책입안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NSAC CNG 합성 사진. 캡션 : 2-step CNG용기 천장탑재차량이 나왔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 입니다.>
해결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국토해양부의 연구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연료용기를 바닥이 아닌 지붕 위에 두는 것 일 것입니다. 물론 연료용기의 점검과 안전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요. 그래도 혹시라도 있을 사태에 대비한 차량구조도 중요하겠죠. 연료용기를 지붕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Non-step*2이나 One-step*3)과 같은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1만 대(서울시 시내면허차량만 7,234대)가 넘는 기존 2-step CNG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하는 데에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2-step차량들의 연료통을 천장으로 그냥 올려버릴 수도 없겠죠? 이번 사건으로 정부에서도 저상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할듯하니 조금은 기다려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step차량들을 지금 상태 그대로 두기엔 매일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는 입장에서 뭔가 찝찝하고 불안할 겁니다. 몇몇 언론에서 연료용기가 폭발하는 게 무서워서 사람들이 뒷자리에 앉는다는 웃기지도 않는 기사처럼은 아니더라도 전보다 기분이 좋지 않을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필자도 하루 2번 이상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신경이 쓰이기는 하더군요. 무엇인가 해결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내바닥을 철재나 알루미늄합금 등 금속재질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속재질의 바닥의 경우 충격을 좀 더 유연하게 흡수하지 않을까요? 또 동일한 무게(두께가 같으면 무게가 장난이 아닐 것 같네요.)의 철판을 사용하면 기본적인 강성도 훨씬 높겠죠. 버스 바닥으로 금속재질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전 세계에 찾아보기 힘든 2-step CNG버스를 운용한다는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특별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차량 바닥면과 연료용기 사이에 완만하게나마 V자형태의 패널(역시 금속재질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을 덧댄다면 폭발압력의 분산 또는 V자패널과 바닥면 사이의 공간으로 인한 공간장갑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어 훨씬 안전해지지 않을 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실제 미군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부구조가 V자 형태로 된 MRAP이란 장갑차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땅 속에 묻힌 IED*4 또는 지뢰 등의 폭발물로부터 아군을 지키기 위해서죠. 버스에 설치했으면 하는 V자 패널역시 이 MRAP의 V자 하부구조와 같은 목적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지켜야할 대상이 승객이냐 군인이냐,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CNG용기냐 155mm포탄으로 만들어진 IED냐가 다르겠지만요.
다양한 형태의 MRAP과 폭발 테스트. 차체 하부를 V자형태로 만들어 지뢰나 IED 등의 폭발물로부터 승차공간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 각 제작사 사이트)
복잡한 버스의 하부공간에는 단순한 패널을 설치하기도 어렵고 패널을 추가함으로써 차량의 무게가 늘겠지만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런 안전장치가 꼭 설치돼야 하지 않을까요?

현용 2-step차량에서 CNG용기가 폭발할 경우 폭발압력이 그대로 승객 탑승면을 뚫고 올라오게 됩니다.
(일러스트 - 실크로드)

V자 패널이 설치되면 압력이 좌우로 밀려나고, V자면에 구멍이 난다 하더라도 바닥면과 V자 패널과 탑승면 사이의 공간으로 분산되어 승객의 안전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일러스트 - 실크로드)
마지막으로 행당동 버스폭발 사고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주석
CNG(Compressed Natural Gas)*0 : 압축천연가스. 대도시에서 도시가스로 공급하는 LNG(Liquefied Natural Gas)와 동일한 가스이지만 CNG의 저장상태가 기체라는 점에서 액체 상태로 저장되는 LNG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CNG를 LNG의 압축된 형태로 잘못 알고 있는데, 오히려 LNG가 더 압축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2-step*1 : 가장 흔한 형태의 버스로 바닥이 높아 출입문의 계단이 2단계로 돼 있습니다.
Low-floor, Low-entry, Non-step*2 : 우리나라에서는 저상버스라는 말로 통칭되는 형태입니다. Non-step은 Low-floor, Low-entry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자세한 구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www.buslife.co.kr/magazine/impression/2010/non-step-bus/
One-step*3 : 출입문의 계단이 1단계로 돼 있는 형태입니다. 위에 설명된 Non-step과 2-step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IED*4 : Improvised Explosive Device. 우리말로는 급조폭발물이라고 번역합니다. 정식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고 전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불발탄 등)로 만든 폭발물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부비트랩(Booby trap)은 IED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